남미의 공격 재능, 유럽의 정상을 지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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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20. 12:54 - 신코코신

남미의 공격 재능, 유럽의 정상을 지배하다


올해 1월 루이스 수아레스의 영입을 추진하던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여름 이적 시장에 알렉시스 산체스에게로 눈길을 돌려 마침내 영입에 성공했다. 수아레스는 리버풀을 떠나 바르셀로나(바르사)와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벵거 감독은 남미 출신의 공격수들이 유럽 최고 구단들의 유소년 팀에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재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에서는 개인기나 투지를 기르기보다는 조금 더 정형화한 축구를 가르치는 경향이 있다. 사회 분위기가 변하면서 축구도 투지를 조금은 잃었다. 더 부드러워진 셈이다. 오늘날 제대로 스트라이커를 길러내는 지역은 남미가 유일하다. 독일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 35세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데려갔다."

"이제는 거리의 축구 스타일이 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리에서는 10살 소년과 15살 소년이 맞대결을 펼친다. 그러면 10살 소년은 영리하게 플레이할 수밖에 없고, 불가능한 조건에서도 싸우기 위해 실력이 좋아진다. 유럽에서는 다시 스트라이커를 길러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자문해봐야 한다."

2007년 칠레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마르코 비엘사 감독은 산체스를 필두로 한 재능 넘치는 선수단을 맞이했다. 이에 그는 공격 축구를 도입했고, 이는 칠레 축구계 전체에 퍼져 나갔다. 이러한 환경에서 산체스는 성공 가도를 이어갔다. 바르셀로나(바르사)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제한된 역할을 수행하던 그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 벵거 감독의 시선을 확실하게 사로잡았다.

유럽 최고 수준의 팀들을 봐도 직접 공격 재능을 길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2013-14 챔피언스 리그를 분석한 UEFA(유럽축구연맹)의 기술 보고서에도 "공격 쪽에서는 유소년 팀 출신 선수들의 존재감이 거의 없거나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했다"고 적혀 있다.

게다가 유럽 최고 팀들은 최고의 재능이 완성될 때까지 더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어린 공격수가 1군에서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해당 유소년 팀 출신의 공격수가 챔피언스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한 경우는 라울 곤살레스 이후로 없다. 무려 2001년의 일이다.

그 이후로 레알 마드리드, 바르사, 바이에른 뮌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 같은 팀들이 직접 길러낸 공격수가 챔피언스 리그에서 활약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유망주가 진짜 스타로 성장할 시간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들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바로 이미 완성된 다른 지역의 선수들이다. 루이스 수아레스, 앙헬 디 마리아, 하메스 로드리게스, 알렉시스 산체스 모두 현재 유럽 선수들에게 부족한 창의적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는 능력을 갖췄다. 이들은 모두 어린 나이부터 1군에 발탁돼 이미 완성된 선수들과 싸우는 귀중한 경험을 거치며 성장한다. 요즘 유럽 선수들은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산체스는 스페인 언론 'AS'와의 인터뷰에서 "내 고향 토코필라의 거리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축구를 했었다. 전문적인 지도를 받은 적은 없다. 공을 어떻게 차야 한다고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다. 그저 거리에서 뛰면서 모든 것을 배운 것이다. 축구를 즐기고 싶은 열망 그 자체를 지금도 똑같이 갖고 있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에게 자신의 꿈을 지원받은 하메스는 무려 14살의 나이부터 1군 경기를 경험했다. 콜롬비아에서 성장해 아르헨티나 리그로 진출했기에 이미 빅 리그에서 뛴 게 거의 10년이 되는 셈이다. 디 마리아는 15살 때까지 축구를 하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석탄 운반 일을 하며 강하게 자랐다. 바르사 유소년 팀의 소년이 이렇게 성장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 결과 월드컵에서 남미 팀들은 유럽 팀들보다 더 많은 성공을 거뒀다. 여섯 팀이 본선에 진출해 다섯 팀이 16강에 올랐는데, 이는 남미 대륙의 월드컵 최고 성적 중 하나였다.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드리블 기술로 상대 선수와의 일대일 대결에서부터 승리하며 경기를 지배해 나갔고, 칠레도 개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연계 플레이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다.

비록 챔피언의 자리에는 독일이 오르며 최고의 찬사를 받았지만, 남미 팀들은 여전히 독일과 같은 팀 플레이보다 선수 개인의 기량에 무게를 두는 전술을 펼치면서도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줬다.

월드컵 기술 보고서에는 공격수를 두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나는 수비에도 가담하는 팀 플레이 공격수고, 다른 하나는 창의적인 공격수다. 전자는 유럽형이다. 클로제나 올리비에 지루 같은 선수를 꼽을 수 있다. 후자는 바로 네이마르, 산체스, 리오넬 메시, 하메스 같은 남미 선수들이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바르사의 라 마시아 시스템이나 독일의 유소년 시설도 창의적인 공격수는 길러내지 못 한다. 마인츠의 전 감독인 토마스 투헬은 "우리 축구 철학의 시작점은 공을 끈기 있게 따내라는 것이다. 공을 중심으로 수비 훈련을 하면서 많이 뛴다. 상대가 공을 잡고 있을 때도 그에 대응하는 게 아니라 먼저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길러진 유럽 선수들은 최고의 팀 문화를 형성하는 데는 공헌하지만, 천재의 번뜩임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그 부족한 부분을 남미 선수들이 채우면서 최고의 대우를 받을 완벽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출처는 Goal.com